초보때 열심히 배우던 기타가, 중급 정도가 되면 별로 느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정체되는 느낌이 올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초보 때에 비해서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고,
흥미도 떨어지면서, '왜 난 기타가 더이상 잘 안늘지?' 라고 생각하는 구간이 반드시 나타납니다.
이 구간에서 포기하면, 이 수강생은 영원히 G, C, D 코드 치면서 쉬운 노래들만 칠줄 알게 되는 것에서 끝이 납니다. 심지어 이 마저도 나중에는 다 잊어버리고, '예전에 잠깐 기타 배운적 잇었는데 지금은 다 잊어버렸어' 라고 하게 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러한 고민은 비단 중급 뿐만 아니라, 고급레벨 수강생, 뮤지션들에게까지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그 원인을 이렇게 설명 드려봅니다.
피아노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피아노를 완전히 칠 줄 모르는 사람과
합창대회 반주를 한 초5학생
음대 입시 준비 중인 고1학생
음대 4학년 전공생
음대 교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단계가 올라갈 수록, 시간은 훨씬 더 많이 걸리지만,
겉으로 느껴지는 차이는 더 작아집니다.
여러분은 음대 4학년생과 음대 교수의 연주차이를 귀로 구분하실 수 있나요?
음대 교수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 차이를 구분하실 수 있나요?
이제, 기타 얘기입니다.
완전 초보와 초중급의 차이
- 소요 시간: 6개월 정도면 쉬운 곡들을 칠 수 있게 되고, 지인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가 됩니다.
- 변화 : 기타를 칠줄 모르던 사람이 기타를 칠줄 아는 사람 이라는 큰 변화가 일어나니, 기타가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본인도 기타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칠줄 모르던 사람이 칠 수 있게 되니까요.
초중급과 중고급의 차이
- 소요 시간 : 1년 이상 걸리는 이유는, 초보때 이유도 모르고 반주하던 곡들에, '이론'이라는 개념이 들어가고, 다양한 코드, 주법들이 구사되면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기타가 재미있고 쉬운 악기인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정말 어려운 악기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 변화 : 하지만, '이론'이라는 것은 연주하는 사람의 입장이지, 남들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 전에는 A 관련 코드는 A 코드로 쳤지만, 이제는 A7, Amaj7, Asus, Asus4를 적용하여 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음악 전체를 좌우하지 않는 세밀한 차이입니다.
또한, 기타 주법역시, 꾸밈음을 넣느냐, 안넣느냐. Finger picking 으로 치느냐, Strumming 으로 치느냐. 라는 것이 초보때만큼 아주 큰 변화로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 '기타가 예전 만큼 안 느는 것 같다'고 많이들 느낍니다. 사실은, 정말 배워야 할 것을 이제 배우기 시작한 것인데 말이지요.
중고급과 고급의 차이
- 소요 시간 : 최하 2년 이상이 걸리며, 모든 코드, 음계, 이론 등을 완전히 이해하고,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수준
- 변화 : Blues, Rock, Funk, Jazz 등의 음악 스타일에 맞게 기타 사운드 및 연주를 할 수 있으며, 모든 음악 장르 및 작곡 편곡에 대한 이해까지 갖추는 것인데, 중급과 고급의 차이는 겉으로는 오히려 더 티가 안납니다.
아마추어 기타연습생과 프로 기타리스트의 차이
- 소요 기간 :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 변화 : 원하는 연주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악기로 자신을 표현하는 단계. 모든 연주의 박자와 음정이 정확함은 물론이고, 상황이 따라 인위적으로 박자와 음정을 갖고 노는 단계.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와의 차이는 아주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디테일에서 그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즉, 현재 여러분이 가고 계시는 음악의 배움 여정은,
첫번째 산은 그지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올라가기도 쉬우나,
가면 갈수록 그 다음 산은 더 먼 곳에 있고, 더 올라가기 힘든 곳입니다.
첫번째 산에 올랐을 때에는 '나 거기 다녀왔어' 라고 마음껏 생색낼 수 있지만,
그 다음 산으로 갈수록, 사람들에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작은 디테일들을 완벽으로 만들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그 많은 산들을 오르려 할까요?
산 정상을 올라가본 사람은 그 희열과 그 행복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타를 프로 연주자로 연주하면서 활동해온지 어느 것 3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앞으로 올라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기타가 너무 쉽다면, 누구나 조금만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악기라면,
지금처럼 재미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마세요.
길고 험난한 여정이지만, 제가 레슨생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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